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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이 사회 전반에 걸쳐 물결치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학이라고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사실 포스트모던역사학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으로 미시사의 등장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역사의 방송화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 아래
더욱 더 활발해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모두 통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물 혹은 하나의 사건을 주제로 잡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역사학은 활자 안에서, 연구소 안에서 벗어나 화려한 외출을 시작하였고,
역사의 대중화를 이끌어 내는 등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역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진들도
자신들이 역사를 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하니
역사를 받아들이는 수용자 계층의 영역 확대만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쓰는 사람들 역시 학자에서 방송인으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방송인들의 역사 쓰기는 주로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로
표현되어 나타나는데, 이 둘의 역사쓰기 방식에도 차이는 있다.
다큐멘터리가 실존 인물과의 인터뷰와 실사 필름을 통해 사실’을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시청자들에게 역사를 전달하는 교육의 효과를 크게 가진다면,
드라마의 경우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의 교묘한 줄타기에다
역사적 인물에 시청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해야 한다.
후세 사람들이 방송자료를 이용하여 역사를 연구한다면
다큐멘터리는 지금의 기본서, 드라마는 참고서쯤으로
이용하는 정도의 차이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
한편 방송이 역사의 대중화를 이끌어 내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고 있는 이면에는 방송매체가 가지는 여러 맹점들이 도사리고 있다.
역사의 새로운 교육자 혹은 전달자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큰 맹점은 어느 한 사건만을 다룸으로써 수용자 층에게
결국 사건의 단편적인 나열만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통시대적인 안목이 필요한 것이므로
사건 전후의 역사적 흐름을 알지 못한다면
그 사건은 단지 사건일 뿐 역사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현대사를 잘 모르는 한 학생이
10.26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 학생은 무엇을 배우게 된 것일까.
극단적으로 말해서 박정희는 불쌍하고 안타깝게
죽은 사람이라는 인식만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박정희가 우리 현대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그의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며 결국은 어떠한 결과를 불러왔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가정이다.
제5공화국이 불러온 전두환 미화 논쟁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역사를 방송화 하는 사람들은
불특정 다수를 시청 대상으로 한다는 것에 좀 더 책임감을 느끼고
신중한 태도로 파급 효과까지 고려하여 방송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방송에서 다루었던 주제가 우리 사회에서 건강한 담론으로 이어지기만 해도
그 교육 효과는 단순히 프로그램만을 제작, 시청했을 때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제5공화국에서 다루었던 5.18 광주민주화항쟁으로 인해
대중들의 광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되살아나고,
여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과 신문 등에서 회자되었던 것,
삼청교육대 편으로 인해 삼청교육대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운동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 등은
그러한 방송의 한계를 잘 극복한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역사의 방송화가 가지는 맹점은
‘허구’적 요소가 가미되어야 하는 드라마에서 특히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허구와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러한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굉장히 쉽게 시청자들에게 사실을 왜곡하여 전달할 수 있고,
잘못된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앞서도 언급한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상상력 간의 교묘한 줄타기를 잘해내야 할 것이다.
또한 재미나 흥미만을 좇아 사실 재현이 뒷전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새로운 기록의 매체인 방송이 발전하면서
역사학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자료를 확보하게 되었고,
이는 역사학의 연구가 더욱 더 활발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이렇게 발전한 역사는 또 방송의 역사화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결국 역사와 방송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 상부상조의 손을 놓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방송으로 떠난 역사학의 외출 현상은 반겨주되,
그 작업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느냐를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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